지난 두 달 고졸검정고시를 준비해 왔다. 주로 기출문제해설집을 갖고 연습했는데 부족한 수학은 수학을 전공한 동생에게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드디어 시험을 치르러 가는 날, 6시에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고 어머니께 부탁드리고도 만약에 대비해 탭에 알림을 켜놓고 잤는데, 10분 전에 깨워서 깜빡거리는 정신이시기에 감탄했다.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듯 잔뜩 흐려서 걱정되어서 서두르시는 바람에 일찍 나서게 되었다.
그렇지만 너무 서둘러서 점심을 넣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반쯤 갔는데 어머니가 전화로 점심을 안 넣었다고 택시타고 금정역으로 갖다 주시겠다고 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 빵만 넣어 와서 점심시간에 나가서 사 먹어야 되겠다.
아무튼 그 덕에 시험장인 경운학교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9시에 시작된 1교시 국어는 해볼 만 했는데, 수학은 기출문제보다 훨씬 어렵게 나와서 혼났다. 영어, 사회는 아주 쉬워서 여유 있게 풀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나와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사 먹으러 나갈 수가 없다. 굶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자장면 배달부가 지나가서 불어봤다. 탭을 쓸 수 없기에 답답한 상황이었는데, 경비원 아저씨들이 도와주어서 볶음밥을 시킬 수 있었다.
3층 대기실에 올라가서 먹으려고 보니 밥을 접시에 담아 와서 퍼먹기가 난감했는데 시험을 치르러 온 아들을 따라 온 젊은 아버지가 곁에서 보고 먹여 주겠다고 해서 고마웠다.
점심 후 첫 교시, 까다로운 과학도 무난하게 치르고, 선택 과목 도덕, 한문 그리고 주 종목이랄 수 있는 국사는 한 두 문제만 생각하게 했을 뿐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해치워 버렸다.
4시 반에 시험 끝내고 나올 수 있었다. 나오는데 비 뿌리던 먹구름이 어느새 말끔히 걷히고 햇살이 눈부시다. 그래서 근처 창경궁에 들르니 시원하기 그지없이 좋다.
이제부터는 읽고 싶은 책만 읽고 맘껏 돌아다니련다. 지난 두 달 동안 시험공부 때문에 읽고 싶어 사 놓은 책을 읽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었기에 이제껏 안 해 본 시험과 실컷 씨름해 보았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경궁 춘당지에서 머리 식히고 혜화역으로 돌아오려 했었는데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아서 가까운 종로3가역으로 와야 했지만, 여기 엘리베이터는 또 고장 나 있어 역무원을 불러서 리프트를 타야 했다.
p.s.
검정고시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해 하며 합격자 발표가 어서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균 90점이 목표, 그러려면 수학이 60점 넘어야 되는데 기출보다 어렵게 나와 힘들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전화 오길, 장학금 준다고 교육청 학위수여식에 나오라는 것이다. 우와! 장학금 있는 줄 몰랐는데..
수여식엔 어떤 사람들이 참석하는지 궁금해 물어봤었는데 100명으로 정해져 있어서 신청한 사람만 수여식 참석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합격증만 찾아올 작정이었는데 말이다.
26일 검정고시합격증서 수여식에 참석했다. 특별히 축하해 주듯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으로서 처음으로 직접 수여해서 덩욱 뜻깊게 했다
합격증서 수여식 식전 행사로 오케스트라 연주, 부채춤, 가야금 병창, 가곡 등 검정고시총동문회와 함께 하는 축하행사도 열렸다. 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에서 일백만원, 한성손재한장학회에서 일천만원의 장학금을 최고령 합격자 및 장애인 등 55명에게 지급했는데, 난 장애인 고득점자로 받은 것 같다.
작년 여름, 정말 생각지 못했던 검정고시를 시작하게 되어서 중입 원서접수부터 고졸 학위수여식까지 13개월 만에 완주한 것이다.
그러니만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더욱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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