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익의 홀로배우기-포트폴리오
 
 

    이홍익
    중입검정고시 합격~! 이제 새로운 시작일 뿐~
군대 간 조카가 초등학교 4학년쯤에 내가 뇌성마비장애란 걸 알고 뇌성마비장애에 관한 책을 제 돈 주고 사서 읽어서 신통했다. 다 읽고는 뇌성마비장애인은 몸은 불편해도 정신은 정상이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치는데 삼촌은 밥낮 책만 보면서도 왜 안 하느냐고 물어서 놀랐었다. 수학이 자신 없어서라고 대답했었는데 전동휠체어가 없었기에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전동휠체어 타게 되니 돌아다니느라 시험은 전혀 생각이 없었다. 재작년부턴가 검정고시를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다. 장애인야학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찾아가 봐야지 하고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잊다시피 돼 버렸었다.

지난 7월 중순, 날씨도 우중충하고 후덥지근해 냉방이 잘 된 영화관에 가는 게 제 격이라 찾아보다가 「폭풍의 언덕」을 골랐다. 소위 예술 영화라고 상영관이 드물어서 멀리 대학로CGV로 예매했다.
헤화역 바로 근처여서 역에 내려서 엘리베이터 타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느냐고 물어서 머리를 흔들었더니 한 할머니가 장애인야학이 있다며 학교에 왔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해서 가만히 있었다. 이쪽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을 찾아가 보려고 했었던 것이 생각나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수학 수업 반 편성을 위한 시험을 본다고 해서 잘 되었다. 첫 한 장은 쉬웠는데 둘째는 어려워 못 풀겠다. 소수, 분수가 헷갈리고 세 자릿수 곱셈을 암산으로 하려니 옛날처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바로 그 다음 주에 9월 15일에 있는 중입검정고시 원서 접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거야말로 하나님이 인도하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13년 전 정보검색사 시험 볼 때 기출문제를 중점적으로 풀어보는 것이 가장 낫다고 배웠던 터라 인터넷에서 중입검정고시 기출문제를 찾아보니 아주 쉬워서 문제도 안 되는데 역시 수학은 풀기 힘든 게 있었다. 그래도 과락이 없어졌다니 다행이라고 이번에 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중입검정고시 기출문제집을 사려고 들여다보니 너무 쉬워 살 필요가 없겠는데, 역시 분수 소수 혼합 문제가 난제다. 고입, 고졸 검정까지 가려면 초등 수학을 다져 놓고 가야 되겠어서 수학 책을 사왔다.

경기도의 시험장이 전철역에서 너무 멀어서 전철역에서 가까운 서울의 시험장에서 치르는 게 낫겠어서 문의했더니 괜찮다고 해서 서울에 접수했다.

시험이 어느새 사흘 앞으로 다가온 날, 수학 책을 대충 다 읽어서 기출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교보문고에 가면서 시험장 무학여고를 다시 한 번 답사하려고 아침에 나섰다.
왕십리역에서 내려 뒷길로 가는 코스가 익어서 전보다 훨씬 빠르다. 그래도 무학여고까지 두 시간은 잡아야겠다.
교보문고 검정고시 코너에서 중검 기출문제집을 모의고사 하듯 시간을 재면서 답을 탭에다 쓰고 나중에 정답을 맞춰 보았다. 전엔 도저히 못 풀 수학 문제도 여유 있게 풀 수 있어서 문제없단 기분이 든다. 수학 책을 사서 공부한 효과!

중입검정고시를 치르는 날, 6시 반에 일어나 차비해 7시 40분에 나섰다. 시험 본다는 걸 아무에게도 언급하지 않고서.
왕십리역에 가기 위해 용산에서 중앙선 전철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빠듯해져 전속 질주해야 했다. 수능처럼 9시 반에 문을 닫는다는 줄 알고 거의 절망적이 되어 도착해 보니 5분이 넘었는데도 아무 상관없이 안내해 주어서 안도!

입실해 보니 나와 같은 뇌성장애인 단 둘인데, 대필해 줄 도우미 둘에 감독관뿐이다. 내 평생에 학교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날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국어, 사회, 과학인 첫 시간엔 감독관이 대독해 주고 종이에 크게 써 놓은 숫자를 짚으면 도우미가 대필하는 식으로.
수학, 도덕, 영어의 둘째 시간에는 수학 문제는 대독하기가 어렵다고 각자 하라고 해서 더 편하게 문제가 보이는 대로 답 번호를 짚어가다 보니 72분에 풀라는 60개 문제를 단 16분에 해치워 버렸다고 대필자가 기가 막히단다. 감독관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왜 이제야 하느냐고 한다.

역시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 보았더니 문제가 눈에 익어 쉽게 풀 수 있었다. 더욱이 수학 때문에 시험을 치러 볼 엄두도 못 내고 이제껏 주저해 왔었고 걱정돼 수학 책을 사다 공부까지 했던 것인데 이번에 출제한 수학 문제는 수식을 계산하는 문제가 없어서 너무 싱거웠다.

그래서 제도권 밖에서 공부하며 살아왔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새로운 분수령으로의 첫 발을 땠을 뿐이라, 고검, 대검도 이 정도로 쉽게 넘을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고검, 대검을 최단기로 통과해서 수능이 필요없는 방송대에 입학하는 것이 일차 목표인데, 하나님이 어떻게 끌고 가실지 갈수록 궁금해질 뿐이다.
두 달을 걱정하며 준비했던 시험을 치른 홀가분함이란 태풍이 휩쓸고 간 하늘마냥 시원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 중입검정고시 합격증을 받아왔다~!
제도권 밖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공식적으로 확인받은 날!
이제 새로운 시작일 뿐~

역시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고 가장 좋은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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