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생활문화 비교"

 

 

 

 

 

 

이광규의 『한국친족의 사회인류학』(집문당, 1998) 중에서 [韓日 생활문화 비교]란 장이 주로 한국 가족의 문화적 특징을 연구하는 가운데 의식주 등 기층적인 생활문화를 일본과 비교하고 있어서 특히 흥미롭다. 나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남과 비교해 보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기에 발췌해 보았다.

"서양은 의식주 생활의 기본적 생활문화가 영.독.불이 유사하고 학문, 철학 등 형이상학에서는 영.독.불이 자기들의 특성을 보인다. 이와는 달리 한.중.일 세 나라는 의식주 기본적 생활문화에는 각기 강한 특색을 갖고 있으나, 철학이나 형이상학에서는 오히려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서양에 대해서 상당히 공통점을 지닌 한.중.일 세 나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차이점을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가족제도에서 결혼한 자식들이 한 세대를 이루는 방계주의가 강한 중국에 비해서 한국과 일본은 결혼한 다른 자녀들을 분가시키고 장남과 사는 직계주의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유사성이 높은 한국과 일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활문화에서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인류학이란 이렇게 특정 사회 속에 들어가 관찰함으로써 어떤 사회가 각기 지니고 있는 문화의 독특한 점을 발견해 내어 다른 사회의 문화와 비교하는 학문이다. 어떻게 각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느냐를 알아냄으로써 서로의 문화적인 차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공헌을 하는 흥미로운 학문이다.

 

 

의생활

 

입고 사는 옷을 비교하면 한복을 상의와 하의로 이루어졌는데, 일본의 화복(기모노)은 위에서 아래로 길게 된 단복이지만 소매가 길고 옷이 길어 옷감이 많이 든다.

한복의 경우, 남자는 저고리와 바지로 이루어지는데 대님으로 아래를 묶는다. 여자는 저고리와 치마에다 단속곳이란 치마와 바지의 이중구조로 아래를 넓게 하여 남자와 대조를 이룬다.

한복의 미(美)는 곡선에 있다고 한다. 저고리와 치마의 곡선이 버선의 콧등의 날과 조화를 이룬다. 소매와 버선의 곡선이 기와집의 추녀 끝의 곡선과 같고 치마의 주름은 서까래와 같아 이러한 한인 곡선미가 가옥으로 나타난 것이 기와집이고 의복으로 표현된 것이 한복이라는 것이다.

한복에 비해 화복은 각선미가 두드려지는데, 특히 여자의 각선미를 돋보이기 위해 허리띠를 맨다. 일본의 옷의 미는 각선미보다 대담한 색상에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황(黃), 적(赤), 녹(綠)의 원색으로 저고리, 치마, 옷고름, 동정으로 구분하지만 화복은 한바탕 위에 화려한 문양으로 옷 전체를 덮는 회화적 문양과 색채가 한 폭의 예술품이다.

한국과 일본의 여인들이(다리를 드러내는 중국과 달리) 아랫도리를 완전히 감추면서 한국의 여인은 동정 사이로 윗 가슴을, 일본의 여인은 뒤로 젖힌 목덜미로 미의 표현 영역으로 삼은 것이다.

 

 

식생활

 

먹고 사는 식문화에서도 기름끼가 많은 중국에 비해 담백하다는 공통점에도 한국과 일본은 크나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 식탁이 여러 가지 음식을 나열한 화려함이 특색이라면 한국의 특징은 여러 가지를 한 곳에 넣고 섞고 비비는 비빔밥이나 설렁탕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일본 음식이 눈의 음식이라면 한국의 음식은 혀의 음식인 것이다.

여러 가지 음식을 나열하는 도시락 문화가 대표한다는 일본의 식문화는 고체와 액체를 구분해 담고 가능한 한 양념도 적게, 있는 그대로를 나열하는 생것 회 등이 많다. 그러나 한국은 섞고 비비는 것이기에 탕이 되고 국이 된다.

이러한 나열하고 비비는 차이에서 일식은 목기(木器)를 쓰는 게 편하지만 한식에서는 목기가 불편해서 사기 그릇을 많이 사용된다. 사기는 여름엔 좋으나 따뜻하게 보존하는데는 불리해 겨울용으로 놋그릇을 사용한다.

음식의 기본적 차이는 양국의 식탁 행위에 차이를 가져온다. 일본의 경우 나열된 개체 음식을 먹으려면 숟가락보다 젓가락이 편리하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젓가락 하나만 사용하기에 음식을 먹는데 떨어뜨리지 않도록 밥공기를 받친다. 이에 따라 일본 식탁은 낮고 독상이 편하다.

이에 비해 한식은 섞여 있는 탕을 먹어야 하기에 수저가 꼭 필요하다. 그릇을 들고 먹을 수 없기에 상이 높다.

한식과 화식에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한식의 김치라 하겠다. 김치는 배추의 숨을 죽이고 갖은 양념을 가하여 발효시킨 음식이다. 이것은 한인의 입맛만이 아니라 산성 토양과 그리고 섞어서 삭히는 한국인의 민족성과도 일치되는 것인지 모른다.

이것은 마치 담백한 회가 알카리성 일본 토양과 일본인의 민족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주생활

 

평민의 가옥에서도 벽돌로 짓고 기와를 올린 중국의 것에 비해 짚으로 지붕을 올리고 목재를 주를 이루는 한국 가옥은 오히려 일본 가옥과의 공통점이 더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의자 문화인 중국식 주생활에 비해 좌식문화를 공통으로 갖는 한국과 일본의 가옥구조가 더 가까운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기본적인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볏짚으로 잇고 일본은 보릿대로 잇기 때문에 한국은 지붕이 낫고 일본은 지붕의 경사가 심하고 두텁다.

집의 평면도 한국식은 안채와 바깥채로 이뤄지고 일본은 한 채이고 통집식으로 크게 다르다. 한국식은 방과 마루에 방이 더 필요하면 옆으로 붙여 나가는 외연형(外延型)으로 방마다 입구가 별도로 있으며 방과 방 사이의 벽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이와 달리 일본식은 내열형(內裂型)이란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 속에서 방이 두 개가 세 개로 되며, 밖의 벽이 두껍고 속의 방과 방 사이는 벽이 없거나 있어도 약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방과 방을 벽이 아니라 여닫이로 된 문으로 칸을 막는 것이다.

한국 집은 안채와 바깥채로 2동으로 이루어져 이것이 외면에 따라 일자형으로 이루어지면 일자집 두 채가 평행선을 이루고, ㄱ자집을 이루면 안마당을 둘러싸는 평면 구조를 이룬다. 이것이 추운 지방이거나 장소가 협소하면 ㅁ자형이 되어 안마당을 완전히 포위한다. 일본 집은 내열형이라 마당을 가운데 둘러쌀 수가 없으며 집이 마당에 둘러싸이는 것이다.

한국 집의 안마당을 말하자면 방의 연장인 생활공간이다. 더운 여름 저녁식사를 하는 곳이고, 모여 앉아 쉬는 곳이며, 결혼식과 같은 중요한 의식을 거행하는 의례의 장이다. 한편 벼를 떨고 말리는 작업의 장이고, 곡식을 널어놓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곳에 나무나 풀이 있으면 안 된다. 방의 연장이 마루이고 마루의 연장인 앞마당은 한국 집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공간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마당은 일본 집에는 없다. 그러나 일본 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가 마당이다. 이곳에 일본인은 나무.풀은 물론 산, 연꽃, 폭포, 식물 등을 장식하여 소우주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관상용 마당이 경제적인 활동과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여도 우주의 신비와 자연의 미를 축소해 놓고 이것을 선좌(禪座)에서 감상하는 것이니 일본인의 자연관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한국 집에는 자연을 조형한 것이 없다. 바깥마당, 마당 구석에 대나무.철쭉 등을 자연스럽게 방치해 둔다. 말하자면 한국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길 뿐이다.

한국 집과 일본 집의 근본적인 차이는 온돌과 다다미라 하겠다. 한국은 일본과 동일 위도에 위치하고 있으나, 겨울에 한랭한 서북풍을 많이 받아 추운 겨울을 무사히 나는 것이 문제이다. 여기에서 발달시킨 것이 온돌이다. 일본의 경우 습기가 많아 땅바닥에 방을 내는 것보다 땅과 방 사이를 떼어 통풍을 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본 집은 방바닥 자체가 높고 다다미를 까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유리하다.

온돌방은 밑에서 열을 발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의 높이가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온돌방은 문이 작고 실내가 어두운 편이다. 이와는 달리 일본 방은 온돌방보다 높이가 높고 넓이가 넓다.

다다미방에는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안전하고, 두터운 방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온돌방에서는 넓게 다리를 펴고 앉는 것이 유리하며, 방석이 얇은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앉는 자세는 의상에도 영향을 주어 무릎을 꿇는 일본식에는 타이트한 일본 옷이 좋고, 다리를 벌리고 앉는 한국식에는 한복이 더없이 편하다. 더욱이 한 다리를 세우고 앉는 한국 여인에게 한국 치마 이상 편하고 우아한 것이 없다.

방석과 같이 이불도 일본 것이 두껍고 요도 두껍다. 그러나 온돌에서는 너무 이불 요가 두꺼워도 안 되는데, 방이 넓지 못하기 때문에 이불을 개서 별도로 놓을 공간이 없어 장롱 위에 쌓아 올린다. 따라서 이부자리가 장롱과 같이 하나의 장식품화 한다. 장식품이 된 이불과 요는 화려한 색으로 만들어 장롱과 더불어 방의 색조를 더한다. 장롱 또한 한국 방에서는 귀중한 장식품인데, 화려한 자개장은 그 집의 경제적 상태와 주부의 취향을 말해 주는 것이 된다.

일본 방은 넓기 때문에 옷과 이불을 넣는 오시레가 있어 모든 것을 넣고 문을 닫으면 깨끗하다. 일본 방에는 장롱이 필요하지 않다.

온돌에서 파생되는 문화적 특성보다 더 중요하고 흥미로운 것이 방의 사용이다. 한국 집은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안채와 바깥채가 있고 각각 안채에는 주부가 거처하는 안방이 있으며 바깥채에는 주인 남자가 거처하는 사랑방이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남녀유별을 한국의 경우 공간적 분리에서 잘 보여 주고 있다.

안방에는 화려한 장롱이 있을 뿐만이 아니라 중요한 가신이 모셔져 있고 집안의 귀중품이 보관되어 있다. 뿐만이 아니라 가장을 제외한 식구가 이곳에서 겨울에 식사를 하고 여가를 즐기는 것이니 서양의 리빙 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사랑에 있는 남자도 병이 나면 안방에 들어오고 무엇보다 집안 사람이 죽을 때는 안방에서 죽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 객사(客死)라고 한다. 이러한 안방을 한국에서 부인이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집안에서 주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따라 부인을 안주인이라 부르고 대가에서는 안방마님이라 부른다. 양반집 큰집에서는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중문을 두어 중문 안에는 남자들이 출입할 수 없는 여자들의 공간을 형성한다.

가장인 남자가 기거하는 사랑방은 바깥채에 위치하고, 크고 화려하지만 손님이 출입하는 곳이라 귀중품을 놓아 둘 수 없다. 안방이 금남의 방인 것 같이 사랑방은 금녀의 방이다. 가장은 이곳에 기거하며 가족원에게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사랑방 바깥채를 가장의 권위 공간으로 사용한다.

이와 같이 한국 집에는 가장인 바깥주인이 거처하는 공간과 주부인 안주인이 기거하는 공간이 구별된다. 이것은 한국 가정에 두 권위체계가 있고 이것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며 두 권위가 상호 견제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가는 한국문화의 법칙을 이곳에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집은 방이 많아도 주부가 가장과 별도로 누리는 공간이 없기에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일본에는 가족의 최상급에 위치한 가장이 갖는 권위 공간이 한국보다 더욱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도코노마(객실의 방바닥보다 한층 더 높게 만들어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는 꽃꽂이 등을 놓아 장식하는 일본 특유의 가옥 구조)를 가진 지시키(座數)는 성소로서 가보인 칼을 놓거나 족자를 걸어 놓는 도코노마를 갖고 있다. 이 곳에 가장이 기거하면서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가장의 절대권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춘 가족문화를 주거공간에서도 잘 보여 주고 있다.

 

 

家.家門.家系

 

이에라 부르는 일본의 가는 한국 집과 같이 단순한 가족원의 동거집단  동재집단이 아니라, 그 집 특유의 전통과 명예를 가진 존재로 시간을 초월한 영속되어야 하는 실체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나 일본에서 가의 영속성을 위해 직계가족 유형을 갖는다.

직계가족이란 한 세대에 결혼한 부부 한 쌍만이 존재하여 조부모.부모.자녀가 가족을 이루는 형태를 말한다. 직계가족을 유지하는 조건은 한 아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조건을 실행하는 데는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있다.

이것을 잘 보여 주는 것이 재산 상속이다. 일본에서는 직계의 원리를 충실하게 단독상속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족을 계승할 장자에게 보다 많은 재산을 상속하지만 차.삼남에게도 재산을 상속한다.

장자에게 보다 많은 재산을 상속하는 이유는 장자에게 부모를 모시고 제사를 받들며(奉祭祀) 손님을 대접할(接賓客)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장남은 부모와 동거하여 직계가족을 이룬 본가가 있고, 차.삼남이 독립하여 이룩한 분가가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본가와 분가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일본의 분가는 본가와 혈연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본가에서 토지의 일부를 얻어 소작인이 되는 것을 분가라 한다. 따라서 일본의 분가는 본가에서 종속되는 것이고, 한국의 분가는 본가에서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가(家)가 한국의 가와 크게 다른 것은 일본이 양자제도를 발달시켜 가계계승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유연성이라기 보다 친자가 있어도 심지어 타성을 아도도리(後取)를 할 수 있다. 이것은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따라서 한국 가족은 탄력성이 없고 혈연을 지상의 조건으로 생각하여 친자가 없을 경우 친자를 얻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일본의 경우 가장이 후계자를 결정할 때까지 여러 사람이 경쟁을 하고 가장이 일단 후계자를 결정하면, 다른 사람들은 미련없이 깨끗이 물러난다. 이것이 일본인의 일련성을 잘 표현하고, 의리를 존중하는 일본인의 정신을 잘 표현하는 것이다.

일본적 의식구조를 더 잘 표현하는 것이 일본의 은거제도이다. 이것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부모가 계승자에게 가장권과 주부권을 인계하고 별채 또는 별실에 은거하는 것이다. 은거한 부모는 새 가장에게 순종하여야 한다. 따라서 일본에는 부권은 없고 가장권만 있다고 하겠다. 이런 것은 한국에서 볼 수 없으며, 이것은 인위적 제도가 자연적 친자관계보다 상위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론

 

한국은 공간적 집을 긴 시간의 연속적 개념으로 파악하고 일본은 가를 집단적 표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혈연이 중요하였고 일본에서는 의리가 중요하였다. 더 나아가 한국은 충보다 효가 중요하고 일본은 효보다 충이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것이 물질세계에 상징적으로 반영되어 한국은 곡선미를 추구하고 일본은 각선미를 추구하며 한국은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고 일본은 정돈된 상태를 중요시하고, 일본인은 자연을 인위적으로 꾸민 초자연적 공간에서 미를 추구하는 것이다.